AI 덕분에 누구나 아이디어 하나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도 함께 따라옵니다. 생각는 내가 했지만, 결과물은 AI가 만들었다면 이건 과연 내 작품일까? 이 글에서는 창작의 주체성, 도구와 저작의 경계, 그리고 AI시대에 창작자가 가져야 할 새로운 역할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생각은 나의 것, 표현은 기계의 것 – 이건 누구의 창작일까?
요즘 우리는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만든 건가? 아니면 AI가 만든 건가?’ 하는 정체성 혼란도 함께 겪고 있죠. 가령, 어떤 사람이 “가을 오후의 감성을 담은 짧은 시를 써줘”라고 ChatGPT에 요청하고,그 시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SNS에 올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과연 이 작품은 누구의 것일까요?이 질문은 단순히 ‘소유권’을 넘어서, 창작의 주체성에 대한 문제로 이어집니다.우리는 흔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을 창작자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전통적인 창작의 개념은 단지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뿐 아니라,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포함합니다.즉, ‘아이디어 + 실행’이 결합되어야 진정한 창작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겁니다.AI 시대의 창작은 이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생각은 인간이 하고, 실행은 기계가 대신하는 형태,일종의 분업형 창작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그렇다면 이때 인간은 단지 ‘지시자’일 뿐일까요?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프롬프트 하나를 입력하는 데에도,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에 대한 창의적 사고와 감각이 들어갑니다.특히 프롬프트를 다듬고, 수정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과정은일종의 디렉터(감독자) 역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따라서 “아이디어는 내 것, 결과물은 AI 것”이라는 구조는더 이상 창작자가 누구냐는 질문으로 단순하게 나눌 수 없습니다.
대신 이 새로운 형태의 창작에 대해우리는 ‘단독 저작’이 아닌 ‘공동 창작자’라는 개념을 도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I를 도구로 쓴 것인가, 창작을 대신시킨 것인가?
“아이디어는 내가 냈으니, 이건 내 창작물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그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AI를 '도구'로 썼는가, '창작자'로 의존했는가를 구분해야 합니다.전통적인 창작 도구—붓, 펜, 피아노, 마우스—는 사용자가 직접 조작해야만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이때 결과물은 도구가 아닌 사용자에게 귀속됩니다.AI도 단순히 도구라면 문제는 없습니다.하지만 AI는 사용자의 의도와 무관하게도 ‘창의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능동적 특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기존 도구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예를 들어 Midjourney나 DALL·E에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인 분위기의 미래 도시"라는 프롬프트를 넣는다고 해봅시다.결과물은 사용자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나올 수 있고, 그 과정에 사용자의 직접적 조작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이럴 경우, 사용자는 ‘디렉션’을 줬지만 핵심 표현은 AI가 주도한 것이 됩니다.반면, 어떤 사용자는 AI가 제안한 이미지나 글을 여러 번 수정하고 조정하여 자기 스타일로 편집합니다.이 경우 AI는 단순히 재료를 제공했을 뿐,표현 방식과 완성도는 전적으로 사용자에 의해 통제되었다고 볼 수 있죠.결국 AI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창작자의 역할은 기획자 + 디렉터, 기획자 + 공동 제작자,전적인 소비자 (AI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등으로 나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진짜 ‘내 것’인지 판단하려면, AI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였고, 내가 얼마나 개입했는지에 대한 자기 인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창작 도구로서 AI를 사용하는 태도와, 결과만을 소비하는 태도는 창작의 본질에서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창작자 – 디렉터인가, 편집자인가, 혹은 기획자인가?
AI가 창작의 많은 과정을 대신하게 되면서,창작자라는 역할은 이제 단순히 ‘만드는 사람’이 아닌,기획자, 해석자, 디렉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이는 단지 기술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창작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정의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입니다.예전에는 작가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글을 써야 했고,작곡가라면 멜로디 한 줄도 본인이 만들어야 진짜 창작자라 여겨졌습니다.하지만 지금은 기획력과 연출력이 창작의 핵심 역량으로 바뀌고 있습니다.AI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데 특화되어 있지만,
‘무엇을 만들 것인가’,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인가’,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는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이 부분이 바로 창작자가 존재하는 이유이며,앞으로도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예를 들어, 같은 AI 툴을 사용해도어떤 콘셉트를 택할지 어떤 스토리텔링을 붙일지 어떻게 시각적으로 배열할지 등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이 바로 진짜 창작자입니다.이제는 단순히 '손으로 만든다'는 기준이 아닌,"누가 기획했고, 누가 방향을 정했고, 누가 그 결과에 책임지는가"가 창작자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이 됩니다.결론적으로, "아이디어는 내 것, 결과물은 AI가 만들었다"는 상황은 이제 흔한 창작 구조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결과물 안에 내 시선, 해석, 판단, 의도가 녹아 있는가입니다. 앞으로의 창작자는 단순한 제작자가 아니라, 의미를 설계하는 ‘감독자’의 시대를 살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