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구나 한 번쯤은 AI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듭니다. 이제 창작자에게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는 정말 창의적일까요? 이 글에서는 창작자의 관점에서 AI 도구의 가능성과 한계,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창의성의 본질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 인간과 AI의 결정적인 차이
우리가 '창의성'이라고 부르는 능력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일까요? 아니면 전혀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고, 거기에 의미와 감정을 불어넣는 힘까지 포함될까요? 창의성에 대한 정의는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설명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창의성을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으로 보고, 인공지능 연구에서는 "기존 데이터의 조합을 통해 인간이 기대하지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정의 모두 AI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영역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바로 '의도'와 '맥락', 그리고 '경험'입니다. 인간의 창의성은 단순히 결과물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창작의 과정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내면의 감정, 살아온 배경, 문화적 맥락 등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서사가 함께 녹아있기 때문에 진정한 창작이 되는 것입니다. AI는 데이터를 조합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는지를 ‘알지 못한 채’ 생성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가 전쟁을 겪은 후 쓴 시는 단어 하나하나에 고통과 회복의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반면 AI가 비슷한 시어를 조합해 만들어낸 문장은 외형적으로는 유사할지 몰라도, 거기엔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AI는 ‘무엇을 만들지’는 알 수 있지만, ‘왜 그것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동기를 아직 완벽히 재현하지 못합니다.
결국 창의성이란 단순히 결과물의 신선함이나 독창성만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이야기와 감정, 경험이 통합되어 표현되는 인간 고유의 정신 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는 이 부분에 있어 아직 ‘유사 창의성’만 구현하고 있으며, 인간의 창의성을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AI는 창작자의 날개인가, 족쇄인가?
AI 도구는 분명 창작자에게 강력한 도구입니다. 이미지 생성, 글쓰기 보조, 음악 제작, 영상 편집 등 많은 창작 도구들이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시간과 리소스가 부족한 1인 크리에이터, 블로거, 디자이너에게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아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단 몇 초 만에 썸네일 이미지를 생성하고, 블로그 초안을 뽑아내며, 아이디어를 정리해주는 기능은 콘텐츠 제작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주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AI의 등장은 창작자에게 ‘속도의 경쟁’이라는 또 다른 족쇄를 씌우기도 합니다. 점점 더 많은 창작자들이 “내가 직접 쓴 콘텐츠보다 AI가 쓴 것이 더 빨리, 더 많이 조회된다”는 사실을 체감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블로그, 유튜브, SNS 등에서 AI가 만든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진정성 있는 글은 묻히고, 데이터 상 효율적인 표현이 더 많은 노출을 받게 되는 현상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창작자에게 “빠르게,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지고, 오히려 자기 스타일이나 언어를 잃어버리는 역설을 낳고 있습니다. AI가 만든 이미지가 더 예쁘고, 글이 더 매끄럽고, 썸네일이 더 클릭을 유도할 때, 우리는 우리의 손끝에서 나오는 ‘불완전한 창작’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요?
또한 창작자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AI의 활용 여부 자체가 윤리적인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디자인, 일러스트, 음악 분야에서는 AI를 ‘표절 기계’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Midjourney, Stable Diffusion 같은 이미지 생성 AI는 기존 작가들의 스타일을 학습하고, 유사한 이미지 결과물을 내놓는 데에 비판을 받았습니다. “창작자를 돕는다”는 AI의 순기능은, 그 경계를 넘는 순간 쉽게 “창작자를 대체한다”는 역기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AI는 창작자의 날개가 될 수도 있고, 속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도구를 쓰는 주체인 인간이 어떤 기준으로, 어떤 목적으로 AI를 활용하는가이며, 그것이 창작의 방향성과 윤리까지도 좌우하게 되는 것입니다.
창작자의 진짜 무기는 ‘AI를 다루는 관점’이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시대입니다. 많은 창작자들이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제는 ‘AI를 쓰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쓰느냐’, 그리고 ‘왜 그렇게 쓰느냐’입니다. AI는 이미 창작물의 1차적인 구조를 만드는 데 있어 탁월한 속도와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위에 얹히는 창작자의 철학과 해석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AI 그림 생성 툴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창작자는 프롬프트(prompt)를 세밀하게 조정하고, 결과물을 편집하고, 맥락을 입혀 하나의 서사적 작품으로 완성합니다. 반면 어떤 사용자는 단순히 키워드 몇 개만 넣고 나온 결과물을 그대로 쓰기도 합니다. 이 둘의 결과는 겉보기에 비슷할 수 있지만, 작품의 깊이와 메시지, 감정의 밀도는 전혀 다릅니다.
즉, 이제 창작자는 단순한 제작자가 아니라 ‘AI와 협업하는 디렉터’의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AI가 기본 구조와 재료를 제공한다면, 창작자는 그것을 편집하고, 해석하고, 인간적인 감각으로 채워넣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AI 시대의 창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창작자가 AI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결과물의 질을 결정합니다. AI를 ‘편한 자동화 도구’로만 인식하면 창작은 점점 평면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반대로 AI를 ‘새로운 가능성의 파트너’로 본다면, 오히려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결국, AI가 창작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AI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그 미래를 결정하게 됩니다. 앞으로의 창작자는 기술에 종속되지 않되, 기술을 꿰뚫는 통찰력을 가진 ‘창의적 기획자’가 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AI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유연한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