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구나 ChatGPT로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AI가 쓴 글도 작가의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작가에게 있어 글이 가지는 의미, ChatGPT의 글쓰기 한계, 그리고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작가다움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작가의 글에는 삶이 묻어난다 –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다.특히 작가에게 글은 자신의 세계관, 정서, 경험, 언어감각이 응축된 정체성의 표현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작가마다 글의 결이 다른 이유는, 그 안에 저마다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어떤 이는 같은 내용을 담더라도 무겁고 진중하게, 또 어떤 이는 가볍고 위트 있게 쓴다.바로 이 ‘말투, 어휘 선택, 문장 흐름’이 작가의 고유한 ‘문체’이자, 정체성의 흔적이다.ChatGPT는 이러한 정체성을 모방할 수 있을까?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작가의 기존 글을 충분히 학습시키면, 비슷한 스타일로 글을 써낼 수 있다.예를 들어 "유머러스한 30대 여성 작가의 칼럼 스타일로 써줘"라고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그에 준하는 결과물을 준다.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스타일의 복제일 뿐, 작가의 내면과 진심까지 담아내진 못한다.정체성이란 단순한 문체 이상이다.작가가 왜 그 주제를 선택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그 문장을 썼는지,삶의 어느 순간에 어떤 감정으로 써내려간 문장인지까지 포함된다.이러한 시간적 축과 감정적 맥락은 AI가 학습할 수 없는 영역이다.ChatGPT는 ‘설득력 있는 문장’을 쓸 수는 있어도,그 문장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세계까지는 대체할 수 없다.정체성이란 삶을 통과한 언어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AI가 쓰는 글은 정답에 가깝고, 작가는 ‘질문’에 가깝다.
ChatGPT는 놀라울 만큼 잘 쓰는 글을 만들어낸다.문법적으로 매끄럽고, 논리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주제에 벗어나지 않는다.
독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능력은 탁월하다.그래서 블로그 초안, 마케팅 카피, 이메일 작성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AI의 글은 ‘정답형’ 글쓰기이고, 작가의 글은 ‘질문형’ 글쓰기라는 점이다. AI는 이미 주어진 질문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는다.그러나 작가는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의문을 제기하고, 때로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낄까?”라는 질문이 있다고 하자. ChatGPT는 이 질문에 대해 심리학적, 사회학적 이론을 근거로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다.하지만 한 작가는 이렇게 쓸 수 있다.“문득 밤하늘 별을 보며, 이토록 거대한 우주 속에서 내가 존재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외로움은 어쩌면, 내가 나라는 것을 자각하는 첫 번째 감정일지도 모른다.”이 문장에는 질문, 감정, 사색, 그리고 여운이 있다.바로 작가의 ‘존재’가 글에 녹아 있는 것이다. ChatGPT는 잘 쓰는 법은 알지만, ‘왜 쓰는가’에 대한 철학은 없다. 그것은 인간의 몫이다.질문을 만들고, 혼란을 견디고, 그 사이에서 서툴지만 의미 있는 언어를 길어올리는 것.그것이 작가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성이다.
‘작가다움’은 기술이 아니라 서사에서 완성된다.
AI는 기술적으로 인간의 글쓰기 능력에 가까워지고 있다.이미 간단한 기사, 요약문, 설명글 등은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다움’은 이제 무의미한 말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작가다움은 기술적 글쓰기 능력이 아니라, 글에 담긴 서사와 태도에서 완성된다. 글 속에서 삶을 해석하고, 모순을 끌어안고,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고백하며, 독자와 감정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것이 작가다움이다. AI는 아무리 정교해져도 고백하지 않는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시선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AI는 반복 학습을 통해 정답을 찾는 데 강하지만, 작가는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해 해석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존재다. 또한 독자는 점점 더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원한다.비록 매끄럽지 않아도, 낯설고 어색해도, 작가의 체온이 느껴지는 글에 더 오래 머문다. 이는 단순히 ‘문장력’이 아닌 글이 가진 인간적인 감도와 무게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즉, ChatGPT가 글을 잘 쓴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작가의 자리를 대체하지는 않는다. 작가의 정체성은 문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질문을 던지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AI가 아직 만들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서사의 진심’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