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시대.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구의 것일까요? 도구를 쓴 사람? 아니면 AI를 만든 회사? 이 글에서는 AI창작물의 법적 기준과 현실적 쟁점, 그리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소유권과 윤리의식의 경계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저작권의 기본 개념 – ‘창작자’란 누구인가?
저작권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표현한 방식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즉, 어떤 생각을 단지 떠올렸다는 사실만으로는 보호되지 않으며, 그것을 글, 그림, 음악 등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해야만 저작권이 성립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핵심은 "누가 표현했는가"입니다. 전통적으로,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 활동을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대부분 국가의 저작권법에서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저작권은 인간의 창작물에만 부여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한국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단독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AI가 혼자서 만든 이미지, 음악, 글 등은 원칙적으로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작권의 핵심 요건인 ‘창작자의 개성과 독창성’을 AI는 가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결과물을 생성할 뿐, 거기엔 의도와 자율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 복잡합니다. AI를 ‘도구’로만 쓴 경우, 즉 인간이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방향을 결정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 이 창작 과정에 인간의 창의성과 선택이 개입되었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 경우에는 AI는 일종의 ‘붓’이나 ‘편집 소프트웨어’처럼 간주되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저작권의 본질은 "표현의 창의성과 그 창의성의 주체가 인간인가 아닌가"에 있습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이 경계는 흐려지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는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법적 기준을 고민 중입니다.
생성형 AI의 결과물, 누구의 소유인가?
Midjourney로 만든 그림, ChatGPT가 쓴 글, Suno가 만든 AI 음악. 이러한 생성형 AI 도구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실생활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결과물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입니다. 도구를 만든 기업일까요? 아니면 그 도구를 사용한 사용자일까요? 현재 대부분의 생성형 AI 플랫폼들은 이용약관을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OpenAI의 ChatGPT는 유료 사용자(Plus 이상)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 상업적 사용이 가능하며, 해당 콘텐츠에 대한 권리는 사용자에게 귀속된다고 명시합니다. Midjourney 역시 유료 이용자에 한해 생성된 이미지의 상업적 이용과 저작권 주장을 허용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이용자는 해당 콘텐츠가 완전히 자신만의 창작물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AI는 수많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그 학습 데이터에 기존 창작자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둘째, AI가 만든 결과물은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Midjourney에 “고흐 스타일로 초상화 그려줘”라는 프롬프트를 넣었을 때, 결과물은 분명 고흐의 영향을 받은 이미지가 됩니다. 이때 고흐는 저작권이 만료되었기에 법적 문제는 없지만, 동시대 작가의 스타일이나 특정 브랜드의 IP를 흉내 낸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집단 소유 문제도 있습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의 공개 이미지, 음악, 텍스트로 이루어졌으며, 이들이 본인의 창작물이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되었다고 주장할 경우, 생성 결과물 전체에 대한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에도 AI 생성 결과물을 ‘내 것’이라 주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소유권이 명확히 확정된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임시적으로 허용한 사용 권리 수준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술이 앞서고 법이 늦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이제 단순한 재미를 넘어 실제 시장에서의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되었습니다. AI 그림으로 NFT를 만들고, AI 음악으로 유튜브를 운영하며, ChatGPT로 책을 출간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은 이 빠른 기술의 진화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법률가나 판사의 영역만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작가, 디자이너, 마케터, 유튜버, 기업 모두가 이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첫째, 현재 AI 플랫폼의 이용약관을 꼼꼼히 읽고, 법적 권리의 범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만든 결과물이 상업적 사용이 가능한지, 누구에게 소유권이 있는지,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할 위험은 없는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둘째, AI의 결과물은 가능하면 인간의 편집이나 개입을 통해 ‘공동 창작물’ 형태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럴 경우 법적으로 더 강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향후 저작권 분쟁에서 인간의 창의성이 들어갔다는 증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기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정 작가의 스타일, 브랜드 캐릭터, 유명 인물의 이미지 등을 AI 생성물에 활용할 경우 ‘창작성’과 별개로 퍼블리시티권, 상표권, 초상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AI 창작물에 대한 윤리 기준을 세우고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이제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결론적으로, AI 창작물의 저작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동적이며, 가장 확실한 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모호한 경계 안에서 법적·윤리적 감수성을 갖고 창작하는 자세를 지키는 것입니다. 기술은 법보다 빠르지만, 책임 있는 창작자의 태도는 시대를 앞설 수 있습니다.